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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노키아의 길을 걷고, 독일에서 자동차가 생산되지 않는다면 유럽 최대 경제국은 어떻게 될까."
G7(주요 7개국) 중 올해 유일하게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역성장 전망서'를 받은 독일의 향한 경고음이 점차 커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내부 정치적 갈등까지 각종 악재가 겹쳐 독일이 또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해 향후 5년간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 중 가장 느린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독일 안팎에서는 "독일이 중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중국에 대한 과도한 무역 의존도가 독일에 역풍이 됐다고도 지적한다. 그간 독일 경제를 책임졌던 자동차 산업(2022년 기준 자동차·부품이 수출의 15.6%)이 중국 영향으로 불안감을 보이면서 '제조업 강국'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위기감의 중심에는 폭스바겐이 있다.
"영원한 1등은 없다"…'中 절대강자' 폭스바겐 흔들
독일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20년 가까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자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부상하면서 폭스바겐의 시야에 안개가 끼고 있다. 중국의 경제가 예상과 달리 부진한 것도 폭스바겐 나아가 독일 자동차 산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당장 붕괴할 가능성은 작다.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의 매출이 경기부진 속에서도 전년 대비 18% 늘고,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강자임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신차 판매 1위, 전기차 판매 1위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을 지적하며 폭스바겐과 독일 경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토마스 셰퍼 자동차 부분 최고경영자(CEO)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셰퍼 CEO는 지난 8월 경영진 대상 프레젠테이션에서 "(폭스바겐의) 지붕이 불타고 있다. 회사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1년 당시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였던 노키아의 스티븐 엘롭 CEO가 회사를 "불타는 플랫폼"(burning plat)이라고 표현하며 회사 위기를 지적한 것을 연상케 한다. 스마트폰으로 전환기에 뒤처진 노키아는 2년 뒤인 2013년 휴대전화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2%로 1위를 기록, 2위인 중국 전기차 업체 BYD(9.5%)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BYD(21.4%)와 미국 테슬라(15.2%)에 크게 밀린 3위(7.3%)다. 이는 BYD와 테슬라가 각각 점유율을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1.6%포인트 올리는 사이 홀로 0.7%포인트 뒷걸음질친 결과다.
"내연차 수렁에 빠진 獨, 산업 흐름에 맞는 변화 필요"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제조업 특히 자동차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정부 정책 지원 부재 속에 첨단산업 경쟁력 약화 등 독일 내부의 복합적인 요인도 독일 경제의 걸림돌로 꼽으며 이에 대한 대책 필요성을 강조한다. 고령화 등에 따른 노동인구 부족도 해결 과제 중 하나다. 글로벌 조사업체 스타티스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독일의 전체 인구는 8324만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1866만명으로, 40~59세(2300만명) 다음으로 많았다.
독일 컨설팅업체 TLGG의 크리스토프 보르샨인 창업자 겸 CEO는 "한때 독일의 강점이었던 대형 자동차 산업이 점점 더 독일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자동차는 독일이 기계공학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가장 큰 징후"라고 지적했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CEO는 최근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 인터뷰에서 독일과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 차 퇴출 계획을 "진입 전략이 없는 출구 결정"이라며 정부 정책에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독일 정부가 EU와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퇴출' 계획에 합의하면서도 산업구조 전환 대책 마련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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