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신고도, 참여도···소수자에겐 더욱더 힘겨운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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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조직실장은 나흘 뒤 개최할 집회 신고를 하려고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민원봉사실을 찾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장애인 권리 약탈’을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 신고였다. 신고 업무는 김 실장 같은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도맡는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찰서를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제출해야 할 집회신고서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이 출력해 온 집회신고서에는 개최 목적부터 시위 방법과 진로, 준비물 등이 칸에 맞춰 빼곡히 적혀 있었다. 김 실장이 집회신고서를 제출하자 집회신고 담당관은 집회 종류와 장소, 규모를 묻더니 금요일 퇴근 시간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집회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규정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물었으나 담당관은 그래도 제한 통고가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집회 신고 절차는 20분 만에 끝났다. 김 실장은 집회를 여러 번 신고했던 경찰서는 괜찮지만, 새로운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신고 경험이 적은 활동가가 집회 신고를 하러 오면 경찰과 신경전도 있고 위협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집회가 많은 곳은 신고하려면 줄도 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집회 신고한 지 이틀이 지난 지난달 31일, 김 실장에게 혜화경찰서로부터 집회 제한 통고서가 전달됐다. 집회신고서를 인스타 팔로워 접수받은 관할 경찰서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신고서 제출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주최자에게 집회 제한 통고를 할 수 있다. 48시간이 지난 후에도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금지 통고를 받으면 집회가 아예 불가능해 주최 측은 집회를 포기하거나 미신고 집회로 진행해야 한다.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집회 개최 여부에 대한 판단을 맡기기도 한다.
전장연에 전달된 제한 통고서에는 귀 단체가 신고한 집회 장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2조상 주요 도로인 대학로에 해당한다며 평일 퇴근 시간대 해당 도로뿐 아니라 이와 연결된 주요도로 및 주변도로의 교통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명백하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이 적혔다.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차로 집회는 제한한다고 명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의 도로상 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시행령 개정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교통 혼잡을 막고 주변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게 개정 권고 이유였다. 이후 오전 7시~10시, 오후 5시~8시에 열겠다고 신고된 집회에 대한 제한·금지 통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장연이 처음으로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은 것도 지난해다. 김 실장은 경찰이 신고된 집회를 부분적으로만 허용한다는 것은 신고제가 허가제로 변질된 것이라며 금지 통고를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소송을 하더라도 법원이 부분 허용(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여전히 허가제의 형태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집회의 자유가 교통·통행권과 무조건 충돌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다소간의 피해는 정당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공공에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 권리를 제한·금지하는 방향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통해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마주하며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될 과제라는 생각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고려해 소규모로 집회를 진행하더라도 특정 조건만 들어 일단 압박부터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지난 2일 오후 3시 혜화역 2번 출구 앞 인도와 도로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는 걸어서 1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약 20m 거리에서 50명 남짓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휠체어를 타고 온 참가자도 10명 가량 있었다. 이들은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인도와 차도 사이 턱에 겹겹이 쌓인 경사판을 내려가며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집회 참가자들보다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나온 경찰이 더 많았다. 주변 도로에는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졌다. 교통경찰 1명과 정보관 등을 포함해 120명 규모의 기동대가 대형 버스 4대에서 대기했다. 이들은 3~4명씩 구역을 나눠 선 채 집회 현장을 주시했다. 구석에는 경고등과 경찰 방패가 쌓여 있었다.
집회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집회를 일컬어 두려움을 이기고 와야 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중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장애인 활동가 A씨(27)는 사람들이 많이 끌려나가고 인스타 팔로워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에 별다른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활동가는 또 그런 장면을 볼까봐 집회에 오는 게 두렵다고 했다.
장애인에겐 집회에 오는 길 자체가 고난이다. 박성준씨(52)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신설동역에서 전철을 타고 동묘역-동대문역-종로5가역을 거쳐 혜화역까지 오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다. 환승하고 엘리베이터를 찾고 기다리다 보면 비장애인보다 몇 배는 오래 걸린다고 했다. 박씨는 오는 길은 험난하지만 집회에 나온 이유를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투쟁해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회는 오후 7시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로 2시간 일찍 끝났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혜화서 경찰 관계자는 일단 출·퇴근 시간이 겹쳐 있으면 제한 통고를 기본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 경험이 많은 활동가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신고된 집회를 제한·금지하는 사례가 늘고, 경찰과의 마찰도 심해지면서 집회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경찰의 제한·금지 통고가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아졌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제한된 시간을 조금이라도 넘기면 참가자들이 긴장 상태가 되고, 경찰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제한·금지 통고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더라도 일부 인용 결정이 날 경우 경찰에게는 집회를 막을 명분이 생긴 셈이기 때문에 실제 일부 참가자를 연행하는 등의 압박이 가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소수자들은 지자체 차원의 집회 장소 제한으로 충돌을 빚기도 한다. 지난해 대구 퀴어축제는 집회 신고를 마치고 적법하게 진행될 예정이었다. 집회 당일 대구시에서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집회를 제한해야 하고,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공무원을 동원해 현장을 막아섰다. 경찰은 집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들과 대치했고, 경찰과 지자체가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최대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 퀴어 퍼레이드’는 2015년 이후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다가 최근 2년간 서울광장 개최가 무산됐다. 서울시는 기독교 단체가 청소년 행사를 열기 위해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보다 먼저 같은 날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했다는 점을 이유로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올해엔 서울시가 시 주관 행사에 서울광장 전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알리면서 퀴어축제는 사용 신청을 아예 하지 못했다. 퀴어퍼레이드는 2년 연속 을지로 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양선우 퀴어축제 조직위원장 이번 정부 들어 공적인 장소에 두는 제한이 심해졌다고 느낀다며 공공의 장소에 시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제한을 둔다면 과연 공적 공간은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출력해 온 집회신고서에는 개최 목적부터 시위 방법과 진로, 준비물 등이 칸에 맞춰 빼곡히 적혀 있었다. 김 실장이 집회신고서를 제출하자 집회신고 담당관은 집회 종류와 장소, 규모를 묻더니 금요일 퇴근 시간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집회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규정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물었으나 담당관은 그래도 제한 통고가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집회 신고 절차는 20분 만에 끝났다. 김 실장은 집회를 여러 번 신고했던 경찰서는 괜찮지만, 새로운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신고 경험이 적은 활동가가 집회 신고를 하러 오면 경찰과 신경전도 있고 위협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집회가 많은 곳은 신고하려면 줄도 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집회 신고한 지 이틀이 지난 지난달 31일, 김 실장에게 혜화경찰서로부터 집회 제한 통고서가 전달됐다. 집회신고서를 인스타 팔로워 접수받은 관할 경찰서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신고서 제출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주최자에게 집회 제한 통고를 할 수 있다. 48시간이 지난 후에도 집회를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금지 통고를 받으면 집회가 아예 불가능해 주최 측은 집회를 포기하거나 미신고 집회로 진행해야 한다.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집회 개최 여부에 대한 판단을 맡기기도 한다.
전장연에 전달된 제한 통고서에는 귀 단체가 신고한 집회 장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2조상 주요 도로인 대학로에 해당한다며 평일 퇴근 시간대 해당 도로뿐 아니라 이와 연결된 주요도로 및 주변도로의 교통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명백하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이 적혔다.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차로 집회는 제한한다고 명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의 도로상 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시행령 개정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교통 혼잡을 막고 주변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게 개정 권고 이유였다. 이후 오전 7시~10시, 오후 5시~8시에 열겠다고 신고된 집회에 대한 제한·금지 통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장연이 처음으로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은 것도 지난해다. 김 실장은 경찰이 신고된 집회를 부분적으로만 허용한다는 것은 신고제가 허가제로 변질된 것이라며 금지 통고를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소송을 하더라도 법원이 부분 허용(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여전히 허가제의 형태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집회의 자유가 교통·통행권과 무조건 충돌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다소간의 피해는 정당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공공에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 권리를 제한·금지하는 방향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통해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마주하며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될 과제라는 생각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고려해 소규모로 집회를 진행하더라도 특정 조건만 들어 일단 압박부터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지난 2일 오후 3시 혜화역 2번 출구 앞 인도와 도로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는 걸어서 1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약 20m 거리에서 50명 남짓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휠체어를 타고 온 참가자도 10명 가량 있었다. 이들은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인도와 차도 사이 턱에 겹겹이 쌓인 경사판을 내려가며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집회 참가자들보다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나온 경찰이 더 많았다. 주변 도로에는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졌다. 교통경찰 1명과 정보관 등을 포함해 120명 규모의 기동대가 대형 버스 4대에서 대기했다. 이들은 3~4명씩 구역을 나눠 선 채 집회 현장을 주시했다. 구석에는 경고등과 경찰 방패가 쌓여 있었다.
집회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집회를 일컬어 두려움을 이기고 와야 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중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장애인 활동가 A씨(27)는 사람들이 많이 끌려나가고 인스타 팔로워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에 별다른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활동가는 또 그런 장면을 볼까봐 집회에 오는 게 두렵다고 했다.
장애인에겐 집회에 오는 길 자체가 고난이다. 박성준씨(52)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신설동역에서 전철을 타고 동묘역-동대문역-종로5가역을 거쳐 혜화역까지 오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다. 환승하고 엘리베이터를 찾고 기다리다 보면 비장애인보다 몇 배는 오래 걸린다고 했다. 박씨는 오는 길은 험난하지만 집회에 나온 이유를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투쟁해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회는 오후 7시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로 2시간 일찍 끝났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혜화서 경찰 관계자는 일단 출·퇴근 시간이 겹쳐 있으면 제한 통고를 기본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 경험이 많은 활동가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신고된 집회를 제한·금지하는 사례가 늘고, 경찰과의 마찰도 심해지면서 집회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경찰의 제한·금지 통고가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아졌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제한된 시간을 조금이라도 넘기면 참가자들이 긴장 상태가 되고, 경찰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제한·금지 통고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더라도 일부 인용 결정이 날 경우 경찰에게는 집회를 막을 명분이 생긴 셈이기 때문에 실제 일부 참가자를 연행하는 등의 압박이 가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소수자들은 지자체 차원의 집회 장소 제한으로 충돌을 빚기도 한다. 지난해 대구 퀴어축제는 집회 신고를 마치고 적법하게 진행될 예정이었다. 집회 당일 대구시에서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집회를 제한해야 하고,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공무원을 동원해 현장을 막아섰다. 경찰은 집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들과 대치했고, 경찰과 지자체가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최대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 퀴어 퍼레이드’는 2015년 이후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다가 최근 2년간 서울광장 개최가 무산됐다. 서울시는 기독교 단체가 청소년 행사를 열기 위해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보다 먼저 같은 날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했다는 점을 이유로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올해엔 서울시가 시 주관 행사에 서울광장 전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알리면서 퀴어축제는 사용 신청을 아예 하지 못했다. 퀴어퍼레이드는 2년 연속 을지로 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양선우 퀴어축제 조직위원장 이번 정부 들어 공적인 장소에 두는 제한이 심해졌다고 느낀다며 공공의 장소에 시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제한을 둔다면 과연 공적 공간은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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